Dynamic Silence
제여란 Je Yeoran
제여란의 작품은 단순히 추상회화로 이해하기보다는 어떤 ‘상태’로서의 회화로 감각하는 것이 수월할 것이다
그것은, 지난 40여 년의 예술 여정을 통해 그녀가 캔버스 위에 열어놓은 세계가 무한의 수용이 가능한 동시에 모든 개념과 해독을 피해갈 수 있는 포털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여란의 작품을 바라보는 일은 겹겹의 미궁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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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론의 지도를 펼치고 보면, 그의 작품은 신체의 적극적 개입으로 생성된 비정형적 덩어리를 애브젝트 아트의 가능성으로, 우연과 즉흥의 행위성이 발현된 액션페인팅의 계보로, 물성이 우위가 된 조형성의 서사로 규정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제여란의 작품은 이 모든 층위를 배반하고, 이내 다른 차원으로 초월하는 어떤 경계에 끊임없이 직면하게 한다. 그러므로 그릴 수 없는 것, 지칭할 수 없는 것들이 ‘형상화되어지는 듯함’과 마주하게 되는 동시에 그것이 그저 찰나에 머물고 다시 표상성에서 해방되는 것을 감각하게 된다. 이로써 기꺼이 새로운 동시에 낯선 미궁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또 다른 각자의 행보를 기대하게 된다.
이렇듯 제여란의 작품은 파트리스 파비스 교수의 표현처럼 -밤과 그림 저 편으로의 여행-이고, 미술평론가 황두의 말처럼 -시적 언어의 경계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이 생존하는 가운데 추구하는 자유로운 열망과 깨달음, 체험적 존재로 돌아가려는 시적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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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의 끊임없는 생성.
감지될 듯 장난스레 달아나는 신호.
하나의 색을 선택함이 다른 모든 색들의 기억이 되는 것.
그것, 그 곳, 그 때의 반복되는 삭제.
긴장감 너울거리는 경계들이 마침내 뭉쳐 생긴 평온한 두터움.
텍스트가 가려진 문학.
세련된 태도를 지닌 원시적 에너지.
불가지성과 비국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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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Usquam Nusquam (어디든 어디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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